‘오늘모입지’ 개발기 (feat. 2020년 결산)

EmilY
6 min readDec 30, 2020

안녕하세요. 에밀리입니다.

2020년이 하루 남았네요. 올해는 삶의 방향에 고민이 많던 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오늘모입지’라는 제 개인 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0결산과 개발기를 엮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경험담과 생각 위주의 글이니 편하게 봐주세요.

🌤 오늘모입지

‘오늘모입지’는 날씨에 따라 입을 옷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2019년 7월에 출시하여 운영한지 만1년이 넘었습니다. 다음은 오늘모입지 2020결산입니다.😃

  • 날씨 카테고리 2위 달성
  • 6번의 업데이트
  • MAU 2K
  • 소액의 광고수익

열심히 굴러갔죠? 위의 네 가지 사건이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볼게요.

🧐 토이 프로젝트를 해라?

개발자라면 다들 토이 프로젝트라는 숙제, 가지고 있잖아요. 2019년에 저도 그랬습니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토이 프로젝트로 앱을 만들어 봤어요.

그때 만든 와이어프레임

와이어프레임도 그려보고, 요구사항도 써보고….디자인만 지인에게 부탁했습니다. 회사에서 보고 배운건 다 따라했습니다. 그리고 앱을 출시 해보니 진정한 개발자가 되는 법을 깨우친 것 같았어요.

..는 사실 뻥이고요. 진정한 개발자는 너무 어렵네요. 대신 재미를 좀 느꼈습니다. 어릴때 레고를 갖고 놀던 것과 비슷했어요. 블럭을 쌓아 나만의 세상을 만드는 일에 푹 빠졌었는데요. 나만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꽤 재밌었습니다. 2019년은 일로써 개발이 아니라, 취미로서 개발을 발견한 해였습니다.

🏅카테고리 2위

네..재미는 있었으나, 그것도 이직을 하고 시들해졌습니다. 2020년 초반엔 ‘오늘모입지’에 소홀했어요. 앱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나머지 오히려 부담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다시 개발을 하게 된 건 예상치 못한 일 때문이었습니다.

어느날 앱이 안된다는 연락이 우루루 날아왔습니다. 뭔일인가 살펴봤더니, 한 패션 유투브에 오늘모입지가 소개된 것 아니겠어요. 갑자기 사용자가 몰려 앱이 죽은 겁니다. 저는 평일에 강제로 밤을 새며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모입지’는 날씨 카테고리 2위를 찍었죠.

예상치 못한 행운은 저를 다시 프로젝트로 끌어들였습니다. 사용자 폭주로 앱이 작동을 안하자 스토어 별점이 깎였습니다. 다시 고쳤더니 리뷰가 쌓였습니다. 개선점과 칭찬을 5줄 이상 적어주신 분도 있었고, 직접 메일을 보내주신 분도 계셨고, 기능을 지적하는 분도 있었어요.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험이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앱이 뭔가 생명체 같았어요. 처음엔 제 의지로 만들었지만, 출시하고는 잠시 손을 떠났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혼자 사용자를 맞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더니, 스스로 저를 다시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찾아온 행운도 놓치고 싶지도 않아 다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 6번의 업데이트

오늘모입지는 올해 총 6번 업데이트했습니다. 6번의 업데이트 뒤에는 여러 실패와 갈등이 있었는데요.

팀을 구성했다가 해체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추구했던 의견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않고 섣부르게 팀을 만든게 실패의 요인이었습니다. 원했던 방향을 강하게 어필했어야하는데 좋은게 좋은거다 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던 게 저를 붙잡았습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제 의견과 기준이 명확해야 함께 하는 설득력을 가진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개발적으로는 적당히 아는만큼 vs 발전된 시도 두 가지를 두고 많이 갈등했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게 혼자 개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급하면 급한대로 날림 코드도 작성하고😅, 귀찮으면 귀찮은대로 생략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을때 얼마든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게 좋았죠. 때론 그래선 안된다고 채찍질 했습니다. 처음 앱을 만들었던 이유가 자기계발 목적이었던만큼 발전된 시도를 해야하지 않나 부담감에 휩싸이기도 했죠. 그렇게 해서 혼자 뿌듯해하다가도, 다음날 출근해야하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현타 맞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경험들은 제가 개인 앱을 개발하는 이유를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처음 목적과는 달리 이젠 자기계발을 위한 게 아닌건 아닌지, 단순 책임감인지, 뭔가 이뤄보고 싶은지 등등 여러가지 이유가 떠올랐습니다. 궁극적으로 내 인생의 목표는 뭐지?까지 이어졌는데요.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 MAU 2K

혼자 마케팅도 시도했습니다. 유료 홍보는 아니고 가입한 카페나 오픈채팅방, 페이스북 페이지에 홍보를 했죠. 사실 결과는 처참해요. 카페에서는 활동중지를 당했고, 채팅방이랑 페이지에서는 쫓겨났거든요..😭 최종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정착했습니다.

매일 ‘오늘모입지’에서 추천하는 옷을 캡처해 올렸어요(요즘은 좀 뜸했…) 인스타 운영 공부까지 했습니다. 인스타 해시태그 다는법, 계정 키우는 법 등..인스타 전문가는 아니고, 준전문가 정도는 되지 않을까요..인스타 강의합니다 ㅎㅎㅎ 네 농담이구요..유료 광고는 아직 해본 적이 없지만, 내년엔 시도해볼지도 모르겠네요.

MAU는 꾸준히 늘어 2K를 달성했습니다. 신경쓴 만큼 바로 수치에 반영되더라구요. 얼마나 신경쓰느냐에 따라 사용자에게도 그 정성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사용자 리뷰에 신경을 쓰게되고,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야 더 좋은 앱이 될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 소액의 광고수익

오늘모입지는 작은 배너광고로 작고 소중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얼마 벌었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일년 반 동안 번 수익은…팀에 커피를 돌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입니다.☕️

배너는 잘 안보이는 하단에 있습니다. 돈과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 안보이는 자리로 보내버렸어요. 당장 수익이 급한 건 아니어서 디자인을 우선시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광고가 보이는 걸 싫어하기도 하구요. 가끔 작은 수익을 볼때면 전면광고를 걸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요 🙂

하지만 더 우선 순위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배너는 계속 하단에 있을 예정입니다.

🌅 2020년을 마무리하며..

개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한층 성장한 한 해였습니다.

실패들은 명확한 삶의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남들 따라 정하던 우선순위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를들어 회사를 볼때 네임밸류, 연봉보다는 사용자가 얼마나 애정하는 서비스인지를 봅니다. 또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오늘모입지가 저에게 가져다 준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경험치를 쌓을지 기대가 되네요. 2021년에도 오늘모입지는 계속 됩니다.

여기까지 ‘오늘모입지’ 개발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다가오는 2021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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